“학교서 지원할 필요 없어” 혈세 낭비 지적
“학생들 간 놀림거리로 전락할 수도” 우려
전교조 “공식적으로 조례 제정 철회 나설 것”
대전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 ‘키 성장 조례’ 제정 움직임에 지역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교육단체에서는 공식적으로 조례 제정 철회를 촉구하기로 했다.
13일 대전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김영삼 시의원(국민의힘·서구2)이 대표발의한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이 입법예고된 대전시의회 누리집에는 ‘조례 제정에 반대합니다’라는 등의 댓글 150여개가 달렸다. 이들 댓글 중 조례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댓글은 단 한 건도 없다.
누리집에 달린 댓글의 주된 내용은 “지금도 과중한 업무로 마비 상태인 학교에서 키 성장을 지원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키가 반드시 커야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나. 외모지상주의만 조장한다” “키 성장과 학생의 건강상태 또는 건강 관리능력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 지 묻고 싶다” 등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키는 외모와 관련된 것이지, 건강이랑 관련된 것이 전혀 아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에 힘써줬으면 한다” “키 성장과 관련해 학교에서 지원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혈세 낭비일 뿐, 필요없는 사업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교육현장에서도 이번 조례 제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전 유성구 한 고등학교 체육교사인 A씨(32)는 “이미 국내 청소년들의 키는 작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례 제정이 ‘키는 커야 한다’는 편견으로 심어져 오히려 학생들 간에 놀림거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은 “시의원들의 치적성 또는 포퓰리즘적 사업에 시민 혈세가 낭비돼선 안 된다”라며 “조만간 조례 제정 철회를 위한 공식적인 기자회견 또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을 심의·의결한다. 이어 24일 열리는 제272회 임시회 본회의에 조례안을 상정해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조례안 발의에는 22명으로 구성된 대전시의회 의석수 중 과반이 넘는 14명이 함께 한 만큼 본회의까지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조례안에는 학생 성장판 검사 지원을 비롯한 키 성장 맞춤형 급식 식단 개발·운영, 키 성장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의 지원 내용이 담겨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지역 초등학생 7만4817명(지난 5월 기준)의 성장판 검사와 상담비(개인당 5만원)로만 매년 약 3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부모들이 자녀의 키를 1㎝라도 더 키우기 위해 고가의 약을 구입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주사요법도 쓰고 있다”는 등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이번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