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 배틀 R 트레일러
만화가 아라키 히로히코가 1987년부터 연재한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일본 내에서만 1억부 이상이 팔린 메가 히트작이다. 만화로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게임으로서의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1993년 이후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모티브로 10개의 게임이 나왔는데 대개 흥행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2년 9월 전작의 혹평을 만회하기 위한 신작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 죠죠 IP가 정복하지 못한 영역 ‘게임’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1993년 3월 게이머들과 처음 마주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워낙 인기를 끈 IP인 만큼 게임 출시가 발표됐을 때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지만, 게임의 완성도가 만족도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고 전체적으로 원작 세계관을 붕괴시킨 설정이 많은 바람에 절망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혹평 가득한 데뷔전에도 죠죠 IP는 게임계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출시된 게임은 다행히 원작 스토리에 충실해 마니아들에게만은 준수한 평가를 받아냈다. 이후 단순 스토리 진행 게임이 아닌 IP 특징에 맞춰진 ‘대전 액션 게임’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2013년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 배틀’의 출시 소식은 모든 죠죠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동안 죠죠 IP 게임은 특정 스토리를 분할해서 다뤘는데 올스타 배틀이라는 명칭으로 유명 캐릭터들을 모두 담아낸 게임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죠죠 팬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해당 작품의 발매 직후 반응은 ‘절망’이었다. 게임의 퀄리티로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무한 콤보 밸런스 문제, 성의 없이 개발한 스토리 모드,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트라이얼 모드, 온라인 모드 최적화 문제 등 팬들을 실망시킬 요소가 너무 많았다.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개발팀은 유저들이 문제로 지목하는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패치 1.04버전에선 “이렇게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론칭 당시와 비교하면 다소 개선된 평가를 받아냈다. 각종 버그는 여전히 남아있어 완변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곤 볼 순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개발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 죠죠 IP감성 극대화 위해대전 격투에만 ‘집중’
개발사 사이버 커넥트2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 배틀 R(이하 올스타 배틀R)’로 과거의 아쉬움을 달랠 계획이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 배틀R은 2013년 출시한 올스타 배틀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스토리 모드와 같은 부가 콘텐츠를 삭제하고 오로지 대전 격투에만 집중해 게임 밸런스를 새롭게 조정해 재탄생시킨 것이 특징이다.
9년 만에 찾아온 올스타 배틀의 소식에 “이번에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 찰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준비한 체험판 시연회로 그 궁금증을 조금 해소할 수 있었다.
본래 50개의 캐릭터를 선보인다고 알려졌지만 진행된 시연회에서는 ‘쿠죠 죠린’, ‘쿠죠 죠타로’, ‘죠셉 코스타’, ‘DIO’ 총 4개의 캐릭터만 사용 가능했다. 모든 캐릭터를 체험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웠지만 죠죠 IP에서 가장 좋아하는 ‘쿠죠 죠린’이 있어 팬심으로 체험에 임할 수 있었다.
그래픽과 작화는 말 그대로 “죠죠스럽다”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했다. 지난해 출시된 대전 격투 게임’귀멸의 칼날: 히노카미 혈풍담’도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낸 것이 호평 포인트였는데, 죠죠 역시 카툰 렌더링 기반 그래픽을 채용해 그 느낌을 잘 살려 원작 팬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퀄리티였다.
격투 장르의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감’. 게임 패드로 플레이했을 경우 타격 시 울려오는 미세한 진동이 액션감을 한층 끌어올렸고 캐릭터들의 모션 자체도 역동적이면서 시원한 편이다. 다만, 기술 이펙트의 화려함으로 비교하자면 죠죠 IP 자체가 화려하지 않은 편이라 ‘나루토 질풍전: 나루티밋 스톰4’와 같은 게임만큼 “우와!”소리를 자아낼 정도라곤 볼 수 없다.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어시스트’ 시스템이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 1개를 추가로 골라 어시스트로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어시스트는 피격 시 벗어나게 돕거나 콤보 중간마다 연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서포트 역할을 수행한다.
어시스트는 동일한 캐릭터라도 다른 플레이와 운용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정식 출시작이라면 50개의 캐릭터를 제공하니까 무궁무진한 조합이 가능할 거로 예상된다.
■ 신규 유입 위해커맨드 진입장벽 ‘최소화’
게임의 난이도는 어렵지않았다. 아무래도 대전 격투 장르의 초보자를 의식한 탓인지 하나의 버튼만 눌러도 콤보를 이어갈 수 있고 커맨드도 단순하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 철권, 킹 오브 파이터와 같은 커맨드 중심 대전 격투를 주로 즐기는데, 자동으로 콤보를 이어나가게 돕는 해당 시스템이 오히려 어색함으로 느껴져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게임의 실력 척도는 X키와 점프를 통한 회피와 그레이트 히트 어택이 좌지우지할 거로 예상된다. 먼저 정확한 타이밍에 X키를 눌러 상대의 기술을 흘려보내면 콤보 기술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점프의 경우 상대가 채널링이 긴 기술을 사용하면 공중에서 격추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X키로 회피하는 기믹을 깔아두고 점프로 전진하면 상대가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기습으로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쿠죠 죠린의 경우 지면에 실을 설치해 상대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경로를 차단하고 채널링 기술을 사용하면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원작의 대표 기술을 그대로 재현한 초필살기 개념 ‘그레이트 히트 어택’은 여타 애니메이션 기반 대전 격투 게임처럼 적중 시 특수 연출을 볼 수 있는데, 죠죠의 감성을 완벽하게 이식해 보는 맛이 쏠쏠했다.
조작도 L1 버튼만 눌러 발동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의 위력이 너무 강하다. 3분의 1 이상 HP를 한순간에 소모시킬 수 있어 만약 그레이트 히트 어택의 존재를 모른다면 아무리 열심히 상대의 HP를 깎아놨어도 쉽게 역전당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도 초보자 입장에선 실력 차이가 큰 상대가 잠깐의 방심을 캐치해 적중시키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진입장벽 완화가 된다는 부분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하다.
많은 팬들이 우려했던 무한 콤보는 사용할 수 없다. 애초에 콤보 자체가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히노카미 혈풍담’이나 ‘DNF DUEL’처럼 콤보 중심 대전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에겐 아쉬울 수 있다. 즉, 이 게임은 그동안 실망감을 가져왔던 죠죠 원작 팬들에겐 만족스러운 게임이지만, 격투 게임 팬 입장에서 바라봤을 땐 호불호가 다소 나뉠 수 있다.
그래도 ‘죠죠의 기묘한 모험: 올스타 배틀R’만이 가진 특유의 타격감과 감성은 그 어떤 격투 게임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매력인 만큼 색다른 격투 게임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 경험할 만한 게임이다.
문원빈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