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제2 연구단지’ 조성안이  노후화, 산업용지 부족 등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안고 있는 숙원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통한 대덕특구 편입’이라는 전략을 마련한 상태지만 타 지자체 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 속,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대전시는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통해  국가산단 조성 제안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 공모로 진행되는 국가산단 지정은 대전을 비롯한 인접 도시인 충남 홍성 등 전국 19곳에서 제안서를 제출해 유치경쟁을 펼치고 있다.

결과는 이달 중 발표 될 예정으로, 시는 현재 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제2연구단지 조성 탈 대덕 막는 해법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대덕특구 전경. 충청투데이DB

대덕특구 50주년 새로운 변화의 시작

대전시가 제2연구단지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현 대덕특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지역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대덕특구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지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1973년 출범한 대덕특구는 개발도상국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을 주요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시키며 국내 최대의 연구개발(R&D) 거점지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반세기 세월을 보내면서 시설·장비가 노후해졌고, 주거·문화·교통·편의 시설 부족 등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이로인해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중 가장 큰 사안은 ‘탈(脫) 대덕’ 현상이다.

제2연구단지 조성은 궁극적으로 탈 대덕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대덕특구 내 최초로 민간 대기업 연구소(당시 럭키중앙연구소)를 입주시켰던 LG그룹은 2018년 서울 마곡에 ‘LG사이언스파크’를 조성하며 대덕특구에 있는 일부 조직을 이전 시킨 바 있다.

SK그룹은 경기도 부천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를 설립키로 하고 2027년 대덕특구에 있는 SK이노베이션연구원 내 일부 연구소를 이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KT&G중앙연구원 내 위치한 KGC인삼공사의 한국인삼연구원도 경기도 과천 이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뿐 아니라 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전국에 분원을 설립하며 일부 기능과 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연연의 본원 이전 사례는 없지만, 본원의 산하 조직들이 대전이 아닌 다른 지역에 설립되며 사실상 ‘탈 대전’이 이뤄진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수년째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고급 인력의 이탈, 본원 기능 약화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대덕특구의 토지 이용률이 낮아 새로운 연구시설 확충이 어렵고, 신규 기업·기관이 입주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연구단지 확충을 담보한 제2연구단지 조성안이 숙원과제로 자리잡은 이유다.

시 관계자는 “제2연구단지 조성은 그저 공간 조성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나노·반도체·우주항공·바이오 헬스라는 미래 4대 핵심 사업 전초기지 구축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게 된다”며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온 만큼 기대를 내걸고 있다. 신규 산단 지정으로 제2연구단지 조성이 완성되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 핵심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덕특구가 걸어온 길.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대덕특구가 걸어온 길.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미리 보는 NEW 대덕특구… 공간·기능적 대전환

‘대한민국 과학기술 1번지’ 대덕특구가 공간·기능적 대전환을 통해 다시 한번 미래성장 발판을 마련한다.

5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대덕특구는 그동안 우수한 연구성과와 기술사업화 등을 통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발간한 ‘2020년도 연구개발특구 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덕특구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대덕특구 입주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5년 752곳에서 2020년 2347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늘어나는 입주 기업 수 만큼 코스닥 상장기업도 집계를 시작한 2007년(19개)부터 매년 증가 추세로 이어져, 2020년 기준 51개사가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등록됐다.

이밖에 연구소 부설 기업만 60배(2007년 6개→2020년 376개), 종사자 수도 2005년 2만 3558명→2020년 8만 2175명으로 늘었다.

2005년 6000여명에 불과했던 박사급 인력도 2020년 1만 8000여명으로 세배 가량 증가했다.

연구성과도 2020년 기준 국내특허 7만 1000여건, 국제특허 2만 6000여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화된 연구 시설과 협소한 공간, 산업용지 부족, 지역사회 교류 미흡 등 다양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못 내 아쉽다.

이에 대덕특구가 4년여 만에 완성된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을 통해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 도약에 나선다.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10년간 단계별 사업 추진으로, 공간·생태계 혁신 재창조를 통한 새로운 대덕특구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전시는 종합계획에 오른 34개 세부 과제 중 중요성과 시급성,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한 10개 과제를 핵심과제로 선정해 역점 추진키로 했다.

재창조 종합계획을 토대로 미래의 대덕특구를 그려보자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 조성 사업을 통해 ‘시민 친화적 공간’이 될 전망이다.

우선 대덕특구와 인접한 산단의 특구 편입을 통해 대덕특구 구역이 확장된다.

제2대덕연구단지 조성을 비롯해 안산, 장대 등 후보지별 효과 분석 후 특구 편입을 추진하면서 향후 R&D 관련 기업까지 유치할 경우 다양한 연구기관, 기업의 사옥이 건립 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출연연을 중심으로 대학, 기업 등 혁신주체 간 융합연구와 창업 연계를 활성화할 개방형 융합혁신 거점지인 ‘대덕특구 융합연구 혁신센터’도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대덕특구 내 ‘임대 주택’ 조성안이 주목을 끈다. 시는 특구 내 청년 연구자·창업가를 위한 양질의 임대 주택단지 조성사업 추진을 예고하는 등 정주환경 개선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르면 2024년 청년 주택 조성에 돌입하면서, 특구 내 고질적인 문제였던 주거공간 부족으로 인한 인재 유치 및 이탈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교통 체계도 개선된다. 활성화된 자율주행차 및 자율주행버스 등 미래교통수단을 대덕특구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 대덕대로와 가정로, 탄동천변을 출연연과 연계한 ‘과학거리’가 조성되고, 4월 과학의 달 등에는 출연연의 개방을 통해 시민과 연구자들의 교류 활동이 이어진다.

나아가 연구단지 종합운동장, 대덕공동관리 아파트, 대덕문화센터 등 시설 리뉴얼을 통해 복합 체육·문화·상업·여가 공간으로 거듭나 시민의 소통과 휴식을 위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확충 될 예정이다.

▲ 생명화학공학과 연구실. KAIST 제공
▲ 생명화학공학과 연구실. KAIST 제공

대덕특구의 핵심 출연연, 새로운 혁신 나선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도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연구과제 선정, R&D 혁신체계 강화 등 각 연구원의 임무와 역할을 재정립하는 등 혁신성장 전략을 구사한다.

각 연구기관은 최근 연구·경영운영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며 글로벌 기술 선도를 향한 경영 혁신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예고했다.

우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주한규 신임 원장 체제에서 원자력을 이용한 탄소 중립과 국가 에너지 안보에 중점을 둔 연구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선진 원자로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안정적인 원자력 발전을 위한 전주기 기술 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가동 원전의 안전성 강화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처분을 아우르는 기술을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전략·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디지털 혁신 선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략·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5G+, 6G 통신인프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메타버스 △시스템반도체 △신소재 등 분야 연구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된 ‘첨단바이오 육성’과 바이오 대전환에 따른 ‘디지털 바이오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

전문연구소 등 미션 중심의 거점 연구개발 조직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신설된 합성생물학 전문연구소를 통해 첨단바이오 전략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당장 우주 지질 기초연구, 우주 현지 자원 활용 기술개발 등을 위해 기존 ‘국토지질연구본부’를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화성 탐사 등 장기적인 우주개발 정책에 맞춰 연구본부 산하에 ‘우주자원개발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오는 2032년까지 세계 10위권 우수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질병, 기후, 우주 등 각종 난제 해결에 나서고, 새로운 이론이나 신물질 등 미지의 영역을 개척할 계획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연구수행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조혁신·탄소중립 등 국가적 임무와 필수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구 주제와 방향을 설정했다.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5월 누리호 3차 발사 등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시작으로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다목적실용위성 6·7호 발사 등 우주 분야에서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은 출연연들의 임무나 역할을 다시 한번 재확립 하는 의미로도 여겨지고 있다”며 “지역은 물론 국가적 미션들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