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초반 지지율 열세 돌파구
특검 수용해 ‘공수 역전’ 발판
여론 좋지 않은 지원금은 철회
단시간에 상승세 쉽지 않을 듯
대전·충청 순회 시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19일 대전·충청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방문해 자율주행차인 오토비를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철회와 대장동 특검 수용이라는 ‘승부수’로 본선 초반의 지지율 열세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직면한 정치적·정책적 과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여야가 합의해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야당의 대장동 특검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고집하지 않겠다. 여야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즉시 시행하자”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납세 연기를 통한 재원 마련도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특검을 받아들이면서 대장동 이슈에서 공수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고발 사주 의혹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약점으로 맞불을 놓지 않되, 대장동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나 화천대유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윤 후보와 야권에 악재가 될 만한 소재까지 한데 엮어 특검을 받자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제 공세와 수세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선대위 공동총괄부본부장인 전재수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에서 “이 후보가 추진력은 좋은데 독하고 고집이 세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히 합리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하면서 ‘자영업 살리기’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구체적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에 초점을 맞춰 ‘자영업자 50조원 손실보상’을 주장한 윤 후보와 정책적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손실보상금 하한액 증액과 지역화폐 예산 확대가 대표적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현재 납세유예가 가능한 부분으로 이 후보가 강조한 지역화폐 예산을 6조원 규모에서 내년 21조원 규모로 대폭 상승시켜 지역 소상공인을 두껍게 보호하겠다”며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에 2조4000억원이 배정돼 있지만 경계선에 있는 분들을 두껍게 보호하는 것으로 여야가 추진하기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의 두 번째 일정으로 이날부터 2박3일간 대전·충청 지역 순회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대전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충청으로 행정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현재 보수야당이 막아서 일부밖에 못 옮긴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이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수도권 공기업·공공기관 이백 몇십곳이 남았는데 다 지방으로 옮기려 한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균형발전 때문에 아마 대한민국 성장도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당 선대위 느리다는 지적 공감
과감히 일하도록 혁신적 대책”
이 후보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경직성·소통 부재에 대한 지지자들의 지적에 “당 선대위에 혁신적인 대책을 써보겠다”고 밝혔다. 또 “기민하게, 신속하게, 과감하게 할 일을 해줘야 하는데 너무 느리다, 해야 될 일을 제대로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며 “저도 공감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니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지금이야 민주당에 대한 원망도 많고 하니 ‘대안이 없느냐’고 이야기하지만 저희가 최선을 다하면 국민이 미래를 보고 현실적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방문해 자율주행차 ‘오토비’를 시승한 뒤 MZ세대 연구원들과 만나 과학기술 연구·개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관련 퍼포먼스인 ‘대전에서 펼쳐지는 세기의 게임대전’ 현장을 방문한 뒤, 대전 청년들과도 만났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 후보는 직전 조사인 지난 10월보다 11%포인트 오른 42%, 이 후보는 3%포인트 떨어진 31%로 11%포인트 격차를 나타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관계자는 “단숨에 이 후보가 상승세를 타기는 무리”라며 “중도무당층 싸움인 만큼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지지율 추세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