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호 대전교육감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대전교육청) ⓒ천지일보 2021.1.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17보에서는 여러 논란에도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 진행 방식을 다음 사업에서도 진행하려는 교육청들을 조명한다.
“대기업 할 일 대신하는 부산교육청”
‘삼성전자 독무대’ 마련 의혹에 대해
“다음 사업서는 오해 없도록 할 것”
대구 “사업자 적어서 협상 어려워”
대전, 중기 간 사업서도 불공정 논란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앞서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청이 특정 대기업에만 유리한 입찰 방식을 선택한 가운데 부산·대구광역시교육청이 다음 사업에서도 같은 방식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광역시교육청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물품선정위원회와 계약심의위원회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 답한 만큼 이번에도 ‘협상에 의한 계약’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방식은 정부와 대기업 간 유착 관계가 쉽게 형성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교육청이 ‘사업 수행을 위해’ 논란이 많은 입찰 방식을 택하겠다고 당당히 나선 것과는 달리 사업 수행이 원활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석준 교육감이 24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업무 지원 전담조직인 긴급대응팀을 구성한 뒤 운영 관련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2.2.24
◆부산교육청 ‘사업자가 해야 할 일’ 대행
부산교육청은 지난해 사업에서 협상 계약 방식을 택했으며 그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만 참여할 수 있게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부산교육청은 “이 사업은 단순히 물품만 구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계정작업, MDM 설치, 유지보수, A/S 지원, 콜센터 운영 등 용역이 수반된 사업이기 때문에 다수공급자 계약(MAS) 등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하며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부산교육청 입찰에서는 KT, 롯데정보통신, TGS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낙찰됐으며 수의 계약(총액입찰)을 체결했다. 수의 계약은 가장 사업자의 마진율이 큰 계약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사업 수행은 TGS가 하고 있다. TGS는 2020년 12월 기준 169명의 직원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이 사업자만으로는 부산 지역 전체의 납품과 교육, 사후 관리 등을 책임지기는 어렵다.
때문에 부산 지역의 교육 현장은 사업 초반(납품 및 언박싱)부터 몸살을 앓았다. 학교에 박스채로 기기가 납품됐는데 원래는 사업 수행자가 이를 다 언박싱, 설치, 교육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런 부분이 미흡했다. 상자채 던져놓고 철수하거나 직원이 1명만 와서 과도한 업무를 하는 등의 제보가 잇따랐다.
학내망에 따르면 부산교육청의 장학사까지 포함된 단톡방에서도 선생님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부산교육청은 교사지원단이 제작한 OS별 기기 가이드북을 작성해 배포했다.
가이드북 배포까지는 좋았으나 아직 선생님들에게 생소한 크롬북 쪽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며 규격서상 나와 있는 MDM과 교사 연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때문에 부산교육청은 총액입찰을 해서 타교육청에 비해 훨씬 비용 손해를 많이 본 편인데 규격 내용대로 진행하지 않을 거면 그렇게 하는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MDM 설치는 2월에 (업체가) 다 했으며 연수 관련해서는 2월 하순 준비 기간에 희망자를 다 받아서 1400여명이 온라인 연수를 했었고 지금은 학교별로 전체 교원을 위해서 ‘찾아가는 연수’ 희망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돈을 받은 사업자들이 해야 할 일을 교육청에서 대신해주고 있는 셈”이라며 “KT, 롯데정보통신, TGS 등 복수의 사업자가 있음에도 수행에 누수가 생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누수가 훨씬 많지만 교육청이 사업자가 잘못하는 걸 지금 감싸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이번에는 스마트기기 규격을 정할 때 조금 더 섬세하고 세밀하게 잘 검토해달라고 안내를 드릴 것이다. 이번 주말에 규격 선정과 관련한 스마트기기 협의를 진행할 것인데 지난번처럼 오해를 사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서 특정 업체의 사양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강은희 대구광역시교육감. (출처: 연합뉴스)
◆‘협상 입찰 첫 주자’ 대구교육청, 협상 어려움 호소
스마트기기 지원 사업에서 큰 단위 계약 중 가장 처음으로 ‘협상 계약’을 택한 교육청은 대구교육청이다. 이는 앞서 경상북도교육청이 MAS로 진행해 중소기업이 낙찰된 직후다. 대구교육청 이후 많은 교육청이 협상 계약 공고를 따라 띄웠다.
이에 중소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계약 방식으로 교육청이 대대적으로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교육청) 이전까지 스마트기기 사업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한 적은 없었다”며 “본인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업자(중소기업)가 낙찰되니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입찰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음 사업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협상 계약을 하긴 할 것이다. 다만 입찰 참여 사업자가 적은 건 교육청 입장에서도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협상 계약의 문제점은 정부와 대기업 간 유착 가능성이 크고 중소기업의 참여가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이 때문에 사업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있다. 복수의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교육청은 협상력을 잃게 된다.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목소리나 사업 수행 시 필요한 부분을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끌어내기가 어렵다.
◆중소기업도 차별하는 대전교육청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전문성과 기술성이 들어가는 계약이라서 어쩔 수 없이 (협상 계약을) 고려하고 있지만 확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껏 많은 교육청이 ‘물품선정위원회의 결정’을 구실로 협상 계약을 택한 걸 고려했을 때 대전교육청도 다음 입찰을 이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물품선정위원회의 결정과는 별개로 대전교육청의 청렴도가 의심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전교육청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중기 간 사업)’인 전자 칠판 입찰 과정에서도 특정 업체(현대아이티)를 밀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중기 간 사업에서는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무상 A/S 기간이 한정돼 있다. 그런데 현대아이티는 이 규정을 어기고 시연회에서 한정된 기간 외에도 무상 A/S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기술평가에서 모든 위원에게 만점을 받았다.
당시 시연회에는 입찰에 참여한 모든 사업자가 자사의 제품과 관련해 발표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시연회에서는 사업자들의 발표가 모두 녹화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날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현대아이티의 발표만 녹화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또 중기 간 제품은 국내 제조가 원칙이지만 현대아이티는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걸 수입하다가 세관에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교육청사. ⓒ천지일보 20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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