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열린 ”홍범도장군로 시민 걷기대회’ 모습. 정치권과 시민들이 모여 홍 장군 흉상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소속 장종태 전 서구청장, 허태정 전 대전시장, 황운하(대전 중구) 국회의원, 박영순 국회의원(대전 대덕구), 우원식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종걸 전 민주당 국회의원, 이경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한지혜 기자.
[한지혜 기자] ‘홍범도 장군 역사 지우기 중단’을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들이 10일 대전에 결집했다.
‘홍범도장군 시민 걷기대회’는 이날 오후 3시 홍범도장군로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홍범도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하고 유성구청이 후원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 각지 시민들을 포함해 우원식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대전모임 공동대표단, 정용래 유성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황운하(대전 중구), 박영순(대전 대덕구) 국회의원, 전명자 서구의장, 이종걸 전 민주당 국회의원, 허태정 전 대전시장,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 장종태 전 서구청장, 이경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현충원역 3번출구에서 출발해 홍 장군의 유해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3묘역까지 약 4km 구간을 걸었다. 이후 홍 장군 묘 앞에서 참배한 뒤 홍 장군을 기리는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광복회 유성대덕연합지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홍범도기념사업회 대전모임 공동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홍범도 장군에게는 가족도, 후손도 없다”며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으로 돌아와 대전현충원에 모신 지 이제 2년이 지났다. 이제 장군의 고향은 대전”이라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유성구는 지역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홍범도장군로를 만들어 뜻을 기리고 있는데, 대전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위대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10일 오후 열린 ‘홍범도장군로 시민 걷기대회’에 전국 각지 시민들이 모였다. 한지혜 기자.
충북 청주에서 온 고지민‧이은진 씨(충북대 1년)는 “홍범도장군로 폐지를 언급한 대전시와 유성구의 갈등 상황을 언론에서 접하고 오게 됐다”며 “역사는 당시의 맥락 안에서 해석해야 하는 것이 맞고, 정부와 대전시는 그 맥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주민 송민석(43) 씨는 3대(代)가 함께 행사장을 방문했다. 송 씨는 “동네에 현수막이 붙은 걸 보고 걷기대회를 알게 됐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반대하는 마음에서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자녀 둘, 부모님과 함께 왔다”고 밝혔다.
소민준(56) 전주촛불행동 대표도 “다른 일정을 다 제쳐두고 대전으로 왔다”며 “윤석열 정부의 역사 지우기 뒤에는 뉴라이트 세력이 있고, 지금 국민들은 아직도 식민지 시대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 대표는 “이제 온 국민이 이를 알아챘다”며 “정부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룬 것이 우리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역사·이념 논쟁은 최근 그의 유해가 안장된 국립현충원이 위치한 대전으로 옮겨붙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시장은 지난 7일 시정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육사에 홍 장군 흉상이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공과(功過)를 재검증해 만약 공보다 과가 훨씬 많다면, ‘홍범도로’(대전 유성구 명예도로)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대전 5개구 중 유일한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인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홍범도장군로를 폐지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명예도로명 부여와 폐지 권한은 구청장인 제게 있다”며 반박했다.
한편, 이번 사태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발걸음은 홍 장군 유해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향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 이종걸 전 민주당 국회의원,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원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회원 등이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