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악의 평범성과 낭만 형사 마석도 ‘범죄도시3’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의 말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만행이 사이코패스 등 특이한 인물에 의한 것이 아님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나 확장적으로 이해할 때 작품 초반부 2015년 인천 남항이라고 적시한 장면의 자막은 영화의 주요 모티프인 마약 문제가 더 이상 아주 특별한 장소나 상황의 것이 아님을 알게 합니다.

주인공 마석도에 맞서는 빌런 캐릭터 주성철이 또한 그러합니다. 1편의 장첸이나 2편의 강해상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먼 곳의 인물인 것과 다릅니다. 하얼빈이나 하노이는 주관객인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장소입니다.

그러나 주성철은 서울 한복판에서 활약하는 현직 경찰입니다. 그는 어쩌면 마석도 형사의 다른 버전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경찰이었다가 악에 노출되고, 일상화되면서 그것을 악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로 변모됐을 겁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악은 평범하고, 도덕적 선의지는 너무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화의 주제를 오래도록 익숙한 권선징악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마석도 형사는 악과 맞서 싸운 결과 이렇다 할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그의 캐릭터는 승진을 했다든가, 경제적 부를 획득한 근거가 없습니다. 남루한 차림에 오래된 차를 타는 그는 몸 쓰는 일에 능할 뿐 그 어떤 정치 경제적 수완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는 단지 “나쁜 놈은 꼭 잡는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을 뿐입니다.

3편에 이르는 ‘범죄도시’시리즈의 매력이 여기에 있습니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충분하지만 적절히 보상받지 못한 채 여전히 현장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마석도 형사의 사회적 위상이 관객 대중들의 욕망과 잘 맞물립니다. 그가 만일 흥부, 춘향, 혹은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처럼 경제적, 신분적 보상이나 어여쁜 여인을 동반한 최고급 휴양지로의 휴가 등을 누렸다면 관객들이 이처럼 호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관객들은 판타지를 통한 대리만족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주인공에게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현실에 분노함으로써 위안을 받습니다.

마석도 형사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드물고 귀한 캐릭터입니다. 어쩌면 적절히 보상되지 않는 현실과 도처에 널린 악에 노출되어 타락한 주성철이 더 평범할 수 있습니다. 그는 “반드시 살린다”는 TV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나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와 같습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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