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가시티(Megacity)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수십 년간 국가발전 전략에서 외면 받아온 전북이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메가시티는 전국적으로 광역도시간 연합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말한다.
특히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리적 여건과 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전북권과 강원권, 제주권을 하나로 묶는 ‘강소권 메가시티’가 포함단 ‘3+2+3 광역권’ 추진전략을 내놓는 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가의 포용성장과 균형발전 측면에서 전주권이 다른 지역과 차별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편집자주>
▲ 메가시티 구상, 누적된 역차별 가속화 우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수도권 등 광역도시 쏠림현상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도 서울과 지난 1960년대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로 승격한 도시들은 해당 권역의 도(道)까지 상생 발전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며 급속한 성장을 불러왔지만, 반대로 광역시가 없는 도시들의 성장을 저해시키는 역효과를 야기했다.
전북의 경우 광주가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 주민 생활권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의 예산 배분과 기관설치 등에서 숱한 차별을 받아왔다.
국가예산 규모만 살펴보더라도 전북과 충북, 강원 등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광역시가 있는 광주·전남, 대전·충청·세정 등과 비교하면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북과 충북, 강원 등 지난 반세기 동안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온 지역의 소외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이러한 지역별 불균형을 타파하고 지역이 고루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한 포용성장과 균형발전 정책을 내세웠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불균형 현상을 좀처럼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부산·울산·경남과 대전·충청·세종, 광주·전남 등 기존 광역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초광역협력사업인 메가시티 구상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권역별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북 등 광역간 협력이라는 구조를 만들기 어려운 지역의 경우 메가시티 논의에서조차 배제되면서 그간 누적돼온 지역간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소멸을 막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시킨다는 취지로 제시한 ‘3+2+3 광역권’ 메가시티 전략에서조차 광역시가 없는 전북·제주·강원은 광역적 기반이 없어 실효성이 전혀 없는 강소형 메가시티로 분류됐을 뿐이다.
▲ 전주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행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국가균형발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광역시가 없는 전주권에 대해 광역시에 준하는 특례를 부여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21일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서울행정학회(회장 한인섭)의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연구기관 관계자, 학계, 언론인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방분권시대 대도시 제도의 방향 및 입법과정과 규제 개혁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참석자들은 특히 이날 학술대회의 ‘지방분권시대의 대도시 제도 방향의 탐색’ 분과 세션을 통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대도시 특례 부여 등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아 전북대 교수는 전주권 광역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의 제안은 광역시가 없는 전북·강원·제주 권역의 경우 메가시티 구성을 위해 요구되는 광역도시 기반조차 없는 만큼, 선결조건으로 먼저 전주 또는 전주권에 대한 광역시에 준하는 광역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
그는 이러한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기존 전북도와 전주 광역권을 묶어서 메가시티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실질적인 포용적 성장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누적된 지역 불균형 고리 끊어야
행정전문가들의 이 같은 논의는 광역시의 유·무 여부 하나만으로 오랜 기간 누적된 지역간 불균형을 끊어내고, 그간 소외 받았던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역간 통합의 연결고리가 없는 전주권의 경우 외부지원을 통해서만 몸집이 커질 수 있고, 그 몸집을 키워줘야만 다른 지역과 균형을 맞춰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 등 광역시가 없는 권역에 대해 재정지원 특례 등 광역시에 준하는 국가 차원의 포용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자생적인 성장 발판이 마련돼 그동안 누적된 지역적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랜 기간 소외와 역차별을 받아온 전북도 전주를 중심으로 광역시에 준하는 광역화를 이뤄내고, 실질적인 메가시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행정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전주가 재정 지원이 수반된 특례 지정 등을 통해 사실상 광역시의 위상을 인정받게 된다면 그간 국가예산 등 정부지원에서 한 개 몫을 받아온 전북이 두 개 몫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가용예산과 자원 등이 늘어나고 행정권한이 확대되면, 이는 곧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도 연결된다.
이를 통해 대전·충청권과 광주·전남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수십 년 동안 지내오면서 차별받고 낙후돼온 전북발전을 이끌 수 있고, 장기간 누적된 지역 불균형을 타파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문제 등 지역 불균형 현상도 완화시켜 균형발전 실현을 앞당기는 묘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국가의 시대가 가고 도시의 시대가 왔다.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전주가 다른 지역과 균형을 맞춰 성장을 하고, 대한민국의 포용성장과 균형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권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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