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1차 투표 직후 의원들이 회의장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유솔아 기자.
대전시의회가 원구성을 놓고 난장판이 됐다.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경선과 실제 선거가 다른 결과로 나타나면서 파행을 빚은 것. 이 과정에서 주요 보직을 놓고 감투싸움을 벌이기도 해 의원 책임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시의회는 26일 오전 10시 제279회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 선거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이상래 의장은 시작하자마자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몇몇 의원이 의장실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다수에 따르면 의장실에서 조원휘 의원(국민의힘·유성3)이 던진 협상 카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의장선거 후보 경선을 치러 김선광 의원(중구3)을 선출했다.
하지만 조 의원이 경선 결과에 불복해 돌연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다음날 바로 출마를 철회하긴 했지만 자신을 지지한 의원에 대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김선광 의원과 김 의원 지지 의원 그룹 ‘소장파’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정회 사태에 이르렀다.
때문에 이날 회의는 정회 4시간 만인 오후 2시 속개, 의장 선거를 진행했다.
김선광 측 1차 투표 직후 본회의장 이탈..2시간 뒤 산회
김선광 의원이 1차 투표에 앞서 정견 발표하는 모습. 유솔아 기자.
1차 투표 결과 김 의원은 재적의원 22명 가운데 11표(무효 11표)를 획득, 재적의원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이어진 2차 투표를 앞두고 김 의원과 소장파가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아 2시간 가량 재차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송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유성2)이 이 의장을 향해 “책임있는 정치를 해야하지 않느냐. 빨리 들어오라고 전해 달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이후 이 의장은 오후 4시 40분 회의장에 들어와 “의결 정수를 충족하지 않아 회의 진행을 할 수 없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의장단 선거 공고부터 후보자 접수, 투표 등 전 과정을 다시 되풀이 해야 한다.
“조원휘, 무리한 상임위 배분 요구로 파행 야기”
김선광 의원을 비롯해 김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 일동은 시의회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솔아 기자.
국민의힘 내홍, 의원 간 신뢰 훼손 등 내부 출혈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김영삼·김진오·박종선·박주화·이병철·이중호·이용기·이효성·이한영·황경아 의원은 이날 산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야합해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단일 후보를 내라는 당 내부 방침에 따라 김 의원이 당선돼야 했지만, 일부 의원이 이탈하며 신의를 져버렸다는 주장이다. 또 조 의원 측과 이날 1차 투표가 열리기 전까지 상임위 배분 합의를 진행했으나, 무리한 요구가 가중되면서 최종적으로 파행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김선광 의원은 “(협상에는)열린 입장이나 약속을 깨야하는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시 의장 후보로 등록한 뒤, 뭉쳐서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보직 두고 누가 더 잘하느냐 싸움 벌여야”
김선광 의원을 비롯해 소장파 의원들이 1차 투표 직후 회의장을 나서 들어오지 않고 있는 모습. 유솔아 기자.
시의회가 감투 싸움을 벌이거나, 선거 결과에 불복해 회의장에 돌아오지 않는 등 무책임한 모습에 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보직을 두고 누가 그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싸움만 벌어지고 있는 모습에 안타깝다”며 “매번 원구성을 두고 반복되는 갈등에 시민 역시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어 “의원 역할인 입법, 집행부 견제 및 감시, 협치 등에 있어 각 후보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부분을 시민에게 알리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의회 차원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